특집기획 특파원 리포트] 미국 실리콘 밸리를 가다 52탄, 입꼬리 염증 치료에 55만 원 청구… “내 병원비를 내가 모른다”는 미국의 현실

“3분 진료에 55만 원”… 수개월 뒤 날아온 청구서의 공포
복잡한 보험 구조… 환자도 병원도 ‘진료비’를 모른다
청구서는 조각조각, 불안은 상시… “파산 부르는 미국 의료”

 

 

기독교종합편성tv신문 박미쉘 기자 |입꼬리 염증 치료에 55만 원… 진료는 단 몇 분, 청구서는 넉 달 뒤 날아왔다. 미국 의료비는 왜 끝까지 베일 속인가. 진료비는 물론 본인 부담금조차 당사자도 알 수 없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환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구각염입니다” 한마디 진단… 진료는 3분, 청구는 수개월
실리콘밸리 거주 칼럼니스트 박미쉘 씨는 최근 입꼬리 염증으로 Urgent Care 클리닉을 찾았다. 진료는 단 3분, 의사는 “구각염”이라며 간단한 처방전을 건넸다. 박 씨는 진료 당일 병원에 7만 원(약 50달러)을 지불했고, 모든 절차가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4개월 후, 또 다른 청구서가 날아왔다. 병원 측은 55만 원(약 38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며 다시 $50을 내라고 통보했다. 지불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까지 함께였다.

 

PPO냐 HMO냐… 복잡하게 설계된 보험 구조
미국 의료 시스템은 보험 방식부터 진입 장벽이 높다. PPO는 자유롭게 병원을 선택할 수 있지만 보험료가 비싸고, HMO는 저렴하지만 반드시 주치의를 먼저 거쳐야 하며, 소견서 없이는 전문의를 만날 수 없다.

 

문제는 보험 등급이 플래티넘, 골드, 실버, 브론즈 등으로 나뉘고, 같은 등급이라도 보험사마다 보장 범위와 공제금, 본인 부담금 등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결국 환자뿐 아니라 의사나 병원 행정직원조차도 “이 진료에 얼마가 나올지” 사전에 설명할 수 없는 구조다.

 

병원비, 일부러 안 보이게 설계했나
일각에서는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설계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구서도 의사 진료비, 검사비, 처방비 등으로 쪼개져 한 번에 오지 않고, 길게는 몇 달에 걸쳐 연속으로 도착한다. 환자는 언제 어떤 청구서가 날아올지 몰라 늘 불안하다.

 

박 씨는 “한국에서는 병원비가 대략 얼마 나올지 진료 전에 알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몇 달에 걸쳐 청구서가 따로따로 오니까 그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전체 개인파산의 70%가 의료비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병원비조차 예측할 수 없는 의료 시스템이 평범한 시민들을 빚더미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박 씨는 “진료는 3분인데, 내야 할 돈은 6개월 넘게 청구된다”며, “이런 구조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